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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포르노’, 너의 변신 한순간도 놓칠 수 없어 -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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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포르노’, 너의 변신 한순간도 놓칠 수 없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5-03-12 18:28 조회 3251
 
성형·화장 등으로 놀랍게 바뀌는 과정
중계하는 방송·블로그 인기…
그 열광과 중독 사이

마법이 시작됐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수빈씨가 자신의 양쪽 볼에 립라이너를 찍어 없던 보조개를 만들어내고
입술 모양을 고쳐 그리자 스튜디오에 감탄 소리가 커졌다. 방송을 진행하던 한 패널은 이렇게 감탄했다.
“이건 이중 거짓말인 거예요. (실제론 입술이 얇은데) 마치 입술이 두꺼운 사람이 얇게 그린 것 같잖아요.
”(온스타일 <겟잇뷰티 2015>) “아니 이게 누구야?” 몸무게 80㎏이었던 여성이 55㎏으로 변해서 스튜디오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스토리온 <렛미인4>) 변신술은 국경과 매체를 넘어 빠르게 퍼졌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미국 뷰티 블로거 캔디 존슨이 바비인형으로 변하는 화장술은 270만명이,
한국인 씬님(닉네임)이 화장과 가발만으로 <겨울왕국> 엘사로 변하는 모습은 36만명이 봤다. 다른 사람이 먹는 음식을 보며
욕망을 채우는 것을 푸드 포르노라고 한다. 다른 사람이 아름다워지는 모습을 훔쳐보며 대리만족하도록 만들어지는
이 영상물들은 뷰티 포르노다. 그리고 뷰티 포르노 왕국의 중심엔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드는 변신술이 있다.
 

포르노그래피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삭제한 채 성적인 실천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이나 영상, 이미지를 말한다.
문화연구자 태희원씨는 책 <성형>에서 여자들을 홀리는 이 변신 마법을 ‘미용·성형 포르노그래피’라고 불렀다.
“몸이 변형되는 이미지들이 증폭되고 변형 자체가 관심의 중심이 되며 그 이미지에 중독되는” 현상을 말하는
뷰티 포르노는 여자에 의한, 여자들의 포르노그래피인 셈이다. <렛미인> <겟잇뷰티>는 얼마나 화제가 되었는지,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얼마나 자발적으로 보고 에스엔에스에서 퍼뜨렸는지를 기준으로 씨제이이앤엠(CJ E&M)이
매주 조사하는 콘텐츠 파워지수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방송 프로그램 중 항상 30위 안에 들었다. 미용·성형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보다 몰입도와 충성도가 훨씬 높다는 뜻이다. 올해 5월에는 채널 제이티비시(JTBC)에서 ‘인생 대반전,
메이크오버 쇼’를 내건 <화이트 스완>이, 6월엔 <렛미인5>가 새로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튜브에서 모델 미란다 커와
닮은 얼굴로 변신하는 화장술을 선보인 미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셸 판이나 자신뿐 아니라 남동생과 친구까지 화장으로
변신시키는 조엘라 등은 7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1, 6 영화 <말레피센트> 주인공으로 분장한 유튜브 창작자 캔디 존슨과 <겨울 왕국> 엘사처럼 화장한 씬님.
2, 4, 5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세한 뷰티 비법을 전수하는 방송 <겟잇뷰티>의 장면들. 3 성형수술이 삶을 바꾸는 효과까지도
조명하고자 하는 방송 <렛미인>.

 
온라인에서는 ‘뷰티 하울’이 유행이다. 우리말론 ‘화장품 수집기’쯤으로 옮겨질 수 있는 후기글에서 블로거들은 화장품 가게에서
사온 여러 화장품들을 산처럼 쌓아두고 일일이 발라보며 품평을 남긴다. 온라인 화장품 커뮤니티 카페 파우더룸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하나(가명·31·회사원)씨는 “꼭 그 화장품을 사기 위해 보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영화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메이크업은
절대 따라할 생각이 없다. 굳이 말하자면 지나가다 예쁜 여자를 보면 한번 돌아보며 얼굴에 무엇을 발랐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 트렌드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모델의 얼굴이 채워지거나 변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본다”고 했다.

실밥 남은 멍든 몸
붕대 감싼 부은 얼굴
스스럼없이 공개
부기 등 가라앉으며
서서히 예뻐지는 얼굴
전체 과정을 탐닉하며 열광

상품이나 의료 시술을 매개로 변화하는 몸이 관심의 대상인 뷰티 포르노의 세계에서 여자들은 독자이면서 창작자다.
회원 수 8만명 가까이 되는 네이버의 한 성형정보 커뮤니티에선 성형 항목을 가슴·지방흡입·얼굴윤곽·모발로 세분화하고
각 시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사람은 ‘워너비’(닮고 싶은 사람)라고 한다. <겟잇뷰티>나 온라인 미용 커뮤니티에서는
화장 비법을 전수하는 사람을 ‘뷰티 멘토’라고 부른다. 성형 기술이 뛰어난 의사들은 ‘의느님’이라고 칭송받는다.
 
유튜브 뷰티 방송을 진행하는 라뮤끄(닉네임)는 쌍꺼풀 수술한 지 두달 정도 되었을 때 부기가 채 빠지지 않은 얼굴로
1인 방송을 진행하며 성형 사실을 공개했다. 라뮤끄는 방송에서 “다른 의사들은 가죽에 칼집만 내지만 내가 수술받은 의사는
눈의 구조를 생각한다”며 의사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성형을 연구해온 태희원 문화학 박사는 “우리는 지금 누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뷰티 포르노라는 문화의 소비자가 되고 있지만
성형으로 바뀐 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소비하는 주체는 대개 여자들이다. 여자들은 소비자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미지에 직접 접속해 자신의 몸으로 실천하기도 하고 경험자들끼리 서로 따뜻하게 조언하면서 커뮤니티를 만드는 등
성형 담론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서 의사는 장사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구원자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내일은 오늘보다 예뻐지세요.” 이 말은 <겟잇뷰티>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나 블로거들의 동영상, 화장품 회사의 광고까지
주문처럼 널리 쓰이지만 마법은 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형수술 부작용이나 후유증, 심지어는 목숨까지 잃은 사례들이
날마다 보도되는데 수술의 위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성형 커뮤니티의 ‘리얼한 후기’에서 회원들은 수술 직후 실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멍든 몸이나 가슴, 압박붕대에 둘러싸인 퉁퉁 부은 얼굴들을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이 커뮤니티에선
살이 찢어지고 피가 흐르는 고통을 겪은 끝에 수술 뒤 몇달이 지나 예쁘게 달라진 모습으로 변한 회원들이 명예의 전당에 오른다.
 
정은희(가명·46·회사원)씨는 지난해 쌍꺼풀을 만들고 콧대를 높이는 수술을 받았다. 정씨는 “수술은 결국 아는 사람이 추천하고
소개하는 병원에서 받았지만 온라인 글을 읽으며 수술을 앞두고 미리 각오도 하고, 부작용이 아닐까 겁이 날 때 게시글을 읽으며
위로도 받았다”며 “방송도 주의 깊게 보는 편인데 나는 겁이 많아서 남들 다 하는 보편적인 수술 말곤 받을 생각이 없지만
전신을 다 뜯어고치는 여성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다. 성형비용이 공개되니까 홈쇼핑 방송을 볼 때처럼 속으로
 견적을 뽑아보기도 한다”고 했다.
 

<렛미인>의 박현우 피디는 “30~40대 여자들이 프로그램 타깃이지만 남자 시청자들도 많이 보는 것으로 안다”며 “누구에게나
 ‘더 나은 외모’가 절실한 사회지만 외모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외모를 문제 삼고
고치는 모습이 대리만족을 부른다”고 프로그램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박 피디는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외모가 고쳐지면
처음엔 몰라보게 밝아지다가 금세 비슷한 굴레에 갇힌다. (외모만 바뀌면)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것으로 기대하는데 현실에서
그런 일은 없으니까”라고 잘라 말한다. <렛미인>의 경우 한 시즌마다 출연자 공개모집에 4000~5000명 정도가 지원하는데
그 중 30%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라고 한다. 라프린 성형외과 박병춘 원장 은 “심한 경우엔 같은 부위에 7번까지
재수술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었다. 그런 경우엔 다른 정신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돌려보내지만 어떻게든 다른 병원에서
또 수술을 받는다”고 했다. 이 포르노의 중독성은 위험하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사진 각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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